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의 이경준 변호사입니다.
스토킹 사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몇 번이면 스토킹범죄가 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한두 차례 연락이나 접근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어디까지가 스토킹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사안마다 달랐습니다.
최근 대법원이 이 부분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6도2108 판결」(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인데, 이번 글에서는 위 판결의 사실관계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그리고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피고인은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상대로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였습니다.
① 2024. 3. 31. 15:43경부터 15:52경까지 약 10분간 피해자가 운전하는 차량을 따라간 행위
② 2024. 6. 11. 14:33경부터 14:38경까지 피고인 소유 휴대전화 카메라로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한 행위
1심과 2심은 위 두 행위를 합쳐 스토킹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아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아 사건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스토킹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같은 조 제2호는 ‘스토킹범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한 번의 스토킹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처벌 대상인 스토킹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스토킹범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결국 스토킹 사건의 핵심은 (i) 어떤 행위가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지, (ii) 그러한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것에 있습니다.
3. 대법원이 제시한 ‘지속성’과 ‘반복성’의 판단 기준
가. ‘지속적’의 의미
대법원은 ‘지속적’이란 특정한 행위가 1회만 이루어진 경우라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계속되어 그 자체로 상대방의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횟수가 1회에 그쳤더라도 그 행위가 시간적으로 연속되어 이루어진 경우라면 지속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 ‘반복적’의 의미
보다 중요한 부분은 ‘반복적’의 해석입니다. 대법원은 ‘반복적’이란 특정한 행위가 2회 이상 이루어진 경우로서, 각 행위 상호간에 ① 시간적 근접성, ② 장소적 연관성, ③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 등이 인정되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전체적으로 상대방의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그와 같이 평가될 수 없는 짧은 시간의 단속적인 행위에 그치거나,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여러 번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각 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에 따라 별개의 범죄로 처벌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 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명시하였습니다.
4. 대법원이 본 사건에서 반복성을 부정한 이유
이 사건의 두 행위는 약 2개월 13일의 시간 간격을 두고 이루어졌고, 행위의 내용 역시 한 번은 차량 추격, 다른 한 번은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으로 그 양태가 서로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두 행위 사이에 시간적 근접성이나 장소적 연관성,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두 차례의 단발성 행위에 그쳐 스토킹범죄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와 달리 본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5. 위 판결이 가지는 실무적 의미
그동안 실무에서는 “두 번 이상이면 반복성이 인정된다”는 도식적인 이해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수사 단계에서는 형식적으로 행위 횟수만 보고 스토킹범죄로 입건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단순한 횟수가 아니라, 행위들 사이의 시간적·장소적·심리적 연관성이 있어야 비로소 ‘반복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변호 실무에서도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두 번의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i) 행위 사이의 시간 간격이 상당한 경우, (ii) 행위의 장소나 방법이 전혀 다른 경우, (iii) 두 행위가 동일한 의도에서 비롯된 일련의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스토킹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다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반대로 해석하면, 두 행위 사이의 간격이 짧고 장소가 같으며 동일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되는 경우라면, 외형상 횟수가 많지 않더라도 반복성이 인정되어 스토킹범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함께 유의해야 합니다.
6. 스토킹 사건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스토킹 사건의 의뢰인을 상담하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은, 문제된 행위들이 어떤 시간적 간격을 두고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몇 번 연락했다”, “몇 번 마주쳤다”라는 식의 정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위 대법원 판결의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① 각 행위의 일시·장소·방법, ② 행위 사이의 간격, ③ 행위의 동기와 경위, ④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시 여부와 그 시점 등을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리를 토대로 ‘일련의 반복적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그에 맞추어 진술의 방향과 변호 논거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가 이미 내려진 사안의 경우에는, 단순히 두 차례의 행위가 있었다는 점만 보고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지 말고, 실제로 두 행위 사이의 관련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다툴 여지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7. 마무리
이번 대법원 판결은 “스토킹은 두 번이면 처벌된다”는 도식적 이해에 일정한 제한을 둔 판결로, 스토킹 사건의 변호 실무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판결입니다. 다만 위 판결이 “두 번이면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며, 행위 사이의 시간적·장소적 연관성,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어떻게 평가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스토킹 사건은 신고 직후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단계부터 이미 사건이 형사 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고, 일단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횟수와 양태에 대한 사실관계가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스토킹 신고를 당한 경우라면,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형사전문변호사와 상담하여 위 대법원 판결의 기준에 비추어 사건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그에 맞춰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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