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붐을 타고 거액을 투자해 LLM 기반 챗봇·자동화 솔루션 개발을 맡겼는데, 납품된 건 실무에 전혀 쓸 수 없는 오류투성이 코드—이런 외주 개발 분쟁이 기업 현장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발주처가 꺼낼 수 있는 법적 카드는 세 가지입니다: ① 채무불이행(이행지체·이행불능)을 원인으로 한 계약 해제, ② 기지급 용역대금의 전액 반환, ③ 사업 차질로 발생한 영업손실까지의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기술과 법률을 동시에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점입니다—AI·소프트웨어 결함을 판사 앞에서 얼마나 명확히 입증하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1. 폐기물 납품의 구조: "AI 솔루션 약속"과 실무 현실의 간극
최근 법원에서 다루는 IT 외주 분쟁은 대개 같은 패턴으로 시작됩니다. 개발사는 계약 단계에서 "LLM 기반 챗봇", "OCR 자동화", "ERP 완전 커스터마이징" 같은 첨단 기술을 약속하며 계약금·착수금·중도금을 순차 수령합니다. 그런데 납기일이 지나도 결과물은 기초적인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거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발주처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에 끌려다니다가 수억 원을 날리게 됩니다.
(1) 소프트웨어·AI 개발계약의 법적 성격은 "도급"입니다
법원은 소프트웨어 개발계약을 민법상 도급으로 보며, "일의 완성"이 보수 청구의 전제가 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합니다. 개발사는 완성된 결과물을 인도해야 비로소 대금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미완성 또는 하자 있는 납품물로는 원칙적으로 잔금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664조·제665조).
(2) "완성" 여부는 기능점수(FP) 감정으로 판가름 납니다
최근 법원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쟁에서 전문 감정을 통한 기성고율 산정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FP(기능점수) 방식 감정 결과 기성고율이 60.98%에 그친 ERP 시스템에 대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성능에 미달하여 완성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나2008369, 2023. 4. 19.). 완성도가 77%에 달하더라도 반복 오류와 통합테스트 미완성이 있으면 "이행지체·불완전이행"으로 해제가 인정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79417, 2025. 11. 13.).
(3) AI 솔루션은 "작동"과 "완성"의 기준이 더 엄격합니다
OCR·LLM 등 AI 솔루션은 단순히 실행만 되면 완성이 아닙니다. 법원은 "스캔·분류 오류가 반복되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발주처의 해제를 인정하고, 기지급 용역대금 3억 9,600만 원 전액 반환을 명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나2003686, 2024. 5. 22.). "AI가 돌아가고 있다"는 개발사의 항변만으로는 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2. 알아야 할 법 규범
(1) 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계약 해제: 민법 제544조
납기일까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경우, 발주처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催告)한 뒤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44조). 이때 핵심은 최고 → 시정기간 부여 → 기간 경과라는 3단계 절차를 내용증명으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절차를 충실히 밟은 발주처의 해제를 적법으로 인정합니다(서울고등법원 2020나2016875, 2021. 6. 24.).
(2) 하자로 목적달성이 불가능한 경우: 민법 제668조
납기는 맞췄더라도 결과물에 중대 하자가 있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최고 없이도 즉시 계약 해제가 가능합니다(민법 제668조). 특히 핵심 기능의 중대 하자 + 사실상 재개발 외 대안이 없는 경우 법원은 이를 엄격하게 적용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184828, 2025. 7. 9.).
(3) 해제 후 기지급금 반환: 원상회복이 원칙입니다
계약이 해제되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착수금·중도금은 원상회복 의무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48조). 단, 부가세는 매입세액 공제·환급된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청구 금액 산정 시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서울고등법원 2020나2016875, 대법원 2004다16976 원용).
(4) 기성고 보수 공제: 발주처가 실제 사용한 부분은 제외됩니다
법원은 발주처가 개발 결과물 일부를 실제 사용한 경우, 그 부분에 대한 기성 보수를 공제한 뒤 잔액만 반환하도록 합니다. 발주처가 가맹점 계약·상품 주문 기능 등을 실제 운영한 사건에서 법원은 기성고 62.4% 상당 보수를 인정하고, 선급금에서 해당 금액을 공제한 잔액만 반환을 명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1가단38436, 2024. 8. 22.). 따라서 중간에 시스템 일부를 사용했더라도 무조건 전액 반환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5) 손해배상: 신뢰이익 한도 내에서, 입증이 관건입니다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은 원상회복에 더해 신뢰이익(계약 체결·이행에 든 비용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뢰이익은 이행이익(기대이익)을 초과할 수 없고,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 취지를 고려해 직권으로 금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영업손실(일실수익)까지 배상받으려면 별도의 입증 자료가 필요합니다.
3. 계약 해제 통보가 늦을수록 발주처에게 불리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는 판단이 법적 지위를 약화시킵니다. 개발사가 시간을 끄는 동안 발주처의 묵시적 승인이 쌓이고, 법원이 "발주처도 공동 책임"이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됩니다.
특히 해제 시점이 늦어지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기지급금의 원상회복 청구가 용이하더라도, 이미 일부 기능을 사용·운영한 사실이 인정되면 기성고 공제 범위가 넓어집니다. 둘째, 영업손실 등 손해를 입증하려면 "언제부터 차질이 발생했는지"의 기준점이 명확해야 하는데, 해제 통보 시점이 늦으면 이 기산점이 흐려집니다.
해제 통보는 내용증명 형식으로 ① 구체적인 하자·이행지체 사실 명시, ②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 최고(이행지체의 경우), ③ 기간 내 미이행 시 계약 해제 및 용역대금 반환·손해배상 청구 예고를 함께 담아야 합니다.
4. 단순 "기지급금 반환"을 넘어 "영업손실"까지 받으려면
발주처의 진짜 손해는 기지급금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AI 솔루션 도입을 전제로 설계한 사업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발생한 영업손실, 대체 개발사 재발주 비용, 시스템 공백 기간의 인건비 낭비가 실질 손해입니다.
이를 법정에서 받아내려면 세 가지 입증이 필요합니다.
(1) 기술적 결함의 구체적 입증
단순히 "작동이 안 된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문 감정인을 통해 FP 기능점수 방식으로 기성고율을 산정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어느 수준으로 미달인지를 보고서로 만들어야 합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를 기성고 인정과 손해액 산정의 핵심 근거로 활용합니다.
(2) 영업손실(일실수익)의 인과관계 입증
프로젝트 지연으로 인한 영업손실을 배상받으려면 "해당 시스템이 제때 완성되었더라면 발생했을 수익"과 "실제로 차질이 생긴 수익"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은 증명이 어려운 경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직권으로 금액을 정해주기도 하지만(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184828에서 2,000만 원 인정), 입증이 충분할수록 인정 금액이 커집니다.
(3) 계약이행보증금의 활용
계약 시 계약이행보증금을 설정했다면, 이를 손해배상 예정으로 보아 별도 입증 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OCR 솔루션 하자" 사건에서 계약이행보증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나2003686, 2024. 5. 22.).
5. 분쟁이 터졌다면: 기술 감정 설계가 승패를 가릅니다
IT 외주 소송에서 가장 자주 나타나는 패턴은 개발사 측의 "발주처가 요구사항을 계속 바꿨다"는 항변입니다. 법원은 이 항변을 진지하게 검토하며, 발주처의 잦은 요구사항 변경이 인정되면 오히려 개발사의 보수 청구가 인용될 수도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나2043663, 2025. 6. 20.).
따라서 소송 전략은 두 축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첫째, 계약서·요구사항 명세서(RFP)·납품 이력·이메일·카카오톡 채팅을 총망라하여 "원래 약속된 기능이 무엇인지"와 "실제 납품된 결과물이 얼마나 미달인지"를 기술 감정으로 증명합니다.
둘째, 발주처 측에서 요구사항 변경이 있었더라도, 변경된 내용이 계약 범위 내인지·추가 계약이 체결됐는지를 검토해 항변을 차단합니다. "검수 합격"을 보수 지급 조건으로 명시한 계약이라도 법원은 이를 조건이 아닌 기한으로 해석하므로(수원고등법원 2023나11206, 2024. 10. 31.), 검수 거부를 통한 대금 지연 전술에도 대응이 가능합니다.
6. 실무상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AI 개발계약서에 ① 납기, ② 검수 기준, ③ 기능 명세(RFP), ④ 계약이행보증금, ⑤ 지체상금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계약 단계부터 확인했는지(없으면 분쟁 시 입증 난도가 급증합니다).
개발사가 "거의 다 됐다"는 말로 시간을 끌 때, 구체적인 완성 기준과 최종 납기를 내용증명으로 재확인하며 해제 요건을 쌓아두고 있는지(민법 제544조·제668조).
시스템 일부를 실제로 사용·운영했다면, 해당 부분이 기성고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해 청구 금액을 설계했는지(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1가단38436).
영업손실(일실수익) 배상을 노린다면, 사업 계획서·매출 예측 자료·시스템 공백으로 인한 차질 내역을 사전에 정리해두고 있는지(증명 부족 시 법원 재량으로 소액만 인정됩니다).
소송 전 전문 감정인을 통해 FP 기능점수 방식으로 기성고율을 선제 산정해 협상·소송에 대비했는지(감정 결과가 60% 미만이면 기성고 반환 청구가 사실상 전부 인정됩니다).
계약이행보증금이 설정되어 있다면 이를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우선 청구하는 전략을 검토했는지(서울고등법원 2024나2003686).
IT 분쟁 소송은 기술(AI,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판사에게 얼마나 쉽게 설명하고 입증하느냐에 승패가 달렸습니다. "코드가 안 된다"는 주장을 법정 언어로 번역하고, 기성고 감정부터 영업손실 입증까지 기술과 법률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저희 법인은 계약 해제 통보 단계부터 기술 감정 설계, 용역대금 반환 소송, 영업손실 배상 청구까지 IT·AI 외주 개발 분쟁을 원스톱으로 수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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