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최근 피해자의 은행 계좌로 1원씩 송금하며 '송금메모' 기능을 이용해 음란한 메시지를 남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범위를 재확인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2025도12709).
단순한 괴롭힘을 넘어, 만약 그 송금메모의 내용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이었다면 과연 어떤 범죄로 처벌받게 될까요? 최근 모바일 뱅킹의 대중화와 함께 발생하고 있는 이러한 신종 범죄 유형과 관련하여 실무상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오늘은 대법원 2025도12709 판결을 바탕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성립 요건과 본 판결이 미치는 실무적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및 쟁점]
본 사건의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본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은행 계좌로 1원을 송금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피고인은 송금 과정에서 핀테크 앱이나 모바일 뱅킹에서 제공되는 이른바 '송금메모' 기능을 활용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해당 메모란에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의 메시지를 작성하였고 이를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였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규정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기소하였습니다.
본 사안의 핵심 쟁점은 '과연 은행 앱의 송금메모 기능이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는 통신매체에 해당하는가'에 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성립 요건]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소위 통매음)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1) 행위자에게 성적인 목적이 존재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 '목적'을 단순히 본인의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과 고통을 주어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목적(분노나 보복 감정이 결합되어 있더라도) 역시 포함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문언은 전화, 우편, 컴퓨터를 예시로 들며 '그 밖의 통신매체'라는 포괄적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면전에서 직접 음란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강제추행이나 모욕 등 별도 범죄 구성)과 구별되며, 통신망을 매개로 비대면적인 상태에서 성적 침해행위가 이루어지는 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3)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도달'이란 상대방이 그 내용을 실제로 읽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만으로도 기수가 인정됩니다. 본 죄의 보호법익이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원심 및 대법원 판결]
원심은 (i) 송금메모는 메신저와 달리 쌍방향 정보전달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ii) 본래의 목적이 거래내역을 식별하고 관리하기 위해 표시하는 '부수적인 기능'에 불과하고, (iii) 작성된 메시지가 직접 피해자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은행 시스템에 전달되는 구조라는 점을 들어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일반적으로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이라고 정의하며, 반드시 양쪽 당사자 상호간에 의사소통이나 정보 교환이 가능해야만(쌍방향성) 통신매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전자금융거래의 '송금메모'는 계좌이체를 하면서 송금인이 원하는 정보를 입금 받을 사람의 통장이나 계좌 거래내역에 간결하게 표시하는 데 사용되므로, 이는 본질적으로 '돈을 입금받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에 해당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를 매개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전달했다면,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본 판결의 실무적 시사점 판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과 IT 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형벌 규범을 합리적으로 해석한 판결로 평가됩니다. 만약 원심의 논리대로 '쌍방향성'이 없거나 '금융 결제라는 주된 목적'만을 좁게 강조하여 통신매체성을 부정했다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락처 차단을 교묘히 우회하여 핀테크 앱, 중고거래 플랫폼의 송금 기능 등을 악용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현행 법령으로는 처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의 외연이 해당 플랫폼의 본래적 용도(금융, 쇼핑 등)와 무관하게 실질적인 정보 전달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기존 형사 실무는 상대방에게 연락을 차단당한 상황에서 송금 기능을 악용하여 원치 않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해 오고 있는데, 이번 판결로 향후 성적인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핀테크, 이커머스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사의 서비스 내에 존재하는 단순 텍스트 입력 기능(메모, 선물하기 메시지 등)이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유해어 필터링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술적, 정책적 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청출은 김장 법률사무소, 태평양, 광장, 세종, 율촌과 같은 국내 대형로펌과 대기업 사내변호사를 통해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형사 사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청출과 함께 하시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여 의뢰인의 입장을 잘 전달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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