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출 엄상윤 변호사입니다.
기업 실무에서는 회사가 자신의 이사 또는 그 이사가 지배하는 다른 회사와 자금거래, 자산거래, 용역계약 등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거래 당시에는 이사회 승인 절차를 누락한 채 거래를 진행하였다가 분쟁이 발생한 후 사후적인 이사회 결의로 추인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러한 사후 승인으로 자기거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쟁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2026. 4. 30. 선고 2025다218191 판결 등을 통해, 이사 자기거래에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없었다면 그 거래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사후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인 거래행위가 유효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재확인하였습니다. 오늘은 위 판결의 핵심 내용과 기업 법무 실무에서 유의해야 할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상법 제398조 자기거래 규제의 의의
상법 제398조는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하여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조항은 이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사회의 사전 심의를 통해 거래의 공정성을 사전적으로 통제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적법한 이사회 승인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i)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이 사전에 밝혀질 것, (ii)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 결의할 것, (iii)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할 것이라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특히 대법원은, 상법 제398조가 정하는 이사회 승인이라 함은 단순히 거래의 외관을 추인하는 차원의 결의로는 부족하고,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그 거래가 '이익상반거래로서 공정한 것인지'에 관한 심의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2021다291712 판결 등). 따라서 통상의 거래로서 이를 허용하는 형식적·포괄적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상법 제398조가 정한 이사회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5다218191 판결의 판단
이 사건은 원고 회사가 2020. 7.부터 2020. 11. 사이에 피고 회사와 세 차례에 걸쳐 투자협약을 체결하여 수십억 원을 투자하고 약 연 8.2%의 이자와 이익금의 20%를 지급받기로 하였으며, 피고 A는 위 투자협약에 따른 피고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위 투자협약 체결 당시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협약을 체결한 자는 다름 아닌 피고 회사의 이사 3인 중 1인이었던 甲이었고, 이는 상법 제398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한 것에 해당함에도 피고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다투어졌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유효하게 거래를 하기 전에 미리 상법 제398조에서 정한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는 무효임
사후에 그 거래행위에 대하여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인 거래행위가 유효로 되지 않음
이사회 승인은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그 거래가 이익상반거래로서 공정한 것인지에 관한 심의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어야 하므로, 통상의 거래로서 이를 허용하는 형식적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 등에는 상법 제398조가 정한 이사회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음
이는 종래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한 것으로서, 사전 이사회 승인의 부재가 사후 추인이라는 우회적 방법으로 치유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명확히 한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위 판결은 이사 자기거래의 효력에 관한 종래의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기업 법무 실무에서는 분명한 시사점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회사가 (i) 이사 본인, (ii) 이사가 대표이사 또는 주요 이사로 있는 다른 회사, (iii) 이사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iv) 그 밖에 상법 제398조 각호에서 규정하는 자와 거래를 하려는 경우에는, 반드시 거래 체결 이전에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사후에 그 거래에 대한 이사회 승인을 받더라도 그 거래가 유효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사회 승인의 형식과 내용 역시 중요합니다. 이사회 의사록에는 (i) 거래상대방, (ii) 거래의 구체적 내용 및 조건, (iii) 해당 거래가 이익상반거래에 해당한다는 점, (iv) 거래조건의 공정성에 관한 심의 결과 등이 명확히 기재되어야 하며,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결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통상적 거래에 대한 포괄적 승인'의 형식을 취한 결의나 거래상대방 또는 거래조건이 특정되지 않은 일반적 결의는 상법 제398조가 요구하는 이사회 승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나아가 거래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자신과 거래한 회사의 이사가 거래에 관여하였거나, 거래의 상대방이 회사 이사와 특수관계에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이사회 의사록의 사전 승인 여부 및 승인 내용의 적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사전 승인이 누락된 거래약정에 따라 회사로부터 청구를 받게 된 경우에는, 이사회 승인이 없었음을 근거로 거래의 무효를 주장하여 자신의 채무를 면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사전 이사회 승인이 누락된 거래라 하더라도 항상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두어 예외를 인정할 여지를 남겨두었으므로, 거래상대방의 악의, 중과실 등의 사정이 인정될 경우 거래의 무효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거래 체결 이전에 이사회 승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거래상대방의 이사회 의사록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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